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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죄를 물어 집주인을 쫓아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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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6회 작성일 2024. 1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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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죄를 물어 집주인을 쫓아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어느 국회의원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인권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장 교체 처분만 내려졌을 뿐 ‘그 이상의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 이상의 처분’은 시설폐쇄 명령을 의미합니다. 통상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어난 인권문제에 대해, <행정처분 - 시설장 교체 - 시설폐쇄>라는 이른바 ‘삼진 아웃’ 적용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정부에서 발표한 이른바 ‘탈시설 로드맵’에서는 아예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생긴 곳은 없애버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의미죠. 그리고 이러한 담론은 현재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주류의 견해로 자리잡았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미스런 사건들에 대한 당사자 및 연루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한 가해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죠. 약자를 학대한 범죄에 따른 응당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다시는 약자를 돌보는 직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하고 혹독한 처벌이 아쉬울 뿐입니다. 


-  또한, 시설의 책임자는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종사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이 한 도의적 책임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 부과되는 처벌 수위인 시설장 교체는 적정한 수준의 징계라 생각합니다. 단, 만약 그 과정에서 시설장이 자신의 지위를 보존하려는 의도로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한 정황이 있다면 가해 당사자와 맞먹는 수준의 처벌도 달게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시설장의 책임감입니다. 


-  그렇다면 학대의 피해 당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해자 역시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것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책임을 물어서 기존에 살고 있던 시설을 강제로 떠나 새로운 곳을 찾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받아주는 시설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건 알 바 아닙니다. 어쨌거나 장애인 인권침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책임을 스스로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가해자 및 시설장과 함께 시설에서 쫓겨나도록 조치해서 연좌제의 본을 보여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학대를 받도록 행동한 것에 대한 연좌적 책임을 동료 장애인에게도 지워야 합니다. 따라서 본인 뿐만 아니라 동료 입주 장애인들도 모두 함께 그곳에서 강제 추방시켜야 합니다……..??? 


 

…라고 말해도, 괜찮을까요? 인권침해 행위의 징벌을 피해자에게도 부과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른 일탈행위에 있어서 피해자가 무슨 기여를 했다고 공범으로 묶여서 함께 피해를 봐야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인권침해가 일어났을 때 가해자와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지만, 피해 당사자의 일상을 박탈하고 삶의 자리를 떠나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2차가해 행위입니다. 


장애인 학대는 시설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학대자가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시설에서 학대가 일어났으니 시설을 없앤다면,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학교도 폐쇄해야 하고, 가정 폭력이 일어나는 가정도 없애야 하고, 데이트 폭력이 일어날 수 있으니 연애도 금지시켜야 합니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구조에 실패한 해경에 책임을 물어 해경 자체를 해체했던 처분이 옳았나요? 결국 3년만에 해경을 부활시켰던 황당한 해프닝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에 보다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런데 <행정처분, 시설장 교체, 시설 폐쇄>라는 단계 중, 세 번째는 너무 뜬금없습니다. 아무 잘못 없는 장애인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하나 둘 셋’을 세어야 하는데, ‘하나 둘 간짜장!’ 이런 격입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가 아니라 ‘아리랑 아리랑 굿모닝~’입니다. 사리에 맞는 다른 처벌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살던 시설이 폐쇄됐을 때 다른 갈만한 곳이 있다면 모를까, 갈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시설마다 입소 대기자가 끝도 없이 줄을 서 있고, 부모들은 연로하거나 이미 사망했고, 형제와 친척들은 각자의 삶이 있고, 지원주택은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장애인 시설 인권 침해에 대한 징계로 ‘시설 폐쇄 처분’은 대단히 위험하고도 엉뚱하고도 잘못된 처벌방식입니다. 피해 장애인을 처벌하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집사의 죄를 물어 집주인을 쫓아내는 것입니다. 


조이빌리지 원장 김종민(F. 하비에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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